실무 가이드

AI 고지는 법무 문구가 아니라 UX 문제다

Kompli2026년 7월 7일

AI 기본법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많은 회사가 “고지 문구를 약관에 넣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틀린 접근은 아닙니다. 약관, 이용정책, 개인정보 처리방침, 사용 설명서에 AI 관련 문구를 넣는 것은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AI 고지의 목적은 단순히 회사가 문구를 어딘가에 써두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실제로 AI가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하는 데 있습니다.

AI 고지는 법무팀이 문장 하나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해하도록 돕는 UX 설계 문제입니다.

법이 열어둔 고지 방식은 여러 가지다

AI 기본법상 투명성 확보 의무는 고영향 AI나 생성형 AI를 이용한 제품, 서비스를 제공할 때,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가 AI에 기반해 운용된다는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리도록 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시행령도 제품, 계약서, 사용 설명서, 이용약관, 화면 표시, 장소 게시 등 여러 고지 방식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여러 방식 중 아무거나 하나 넣으면 된다”가 아닙니다. 서비스의 특성, 사용자 흐름, 결과물의 성격을 고려해서 사용자가 놓치지 않는 방식으로 고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같은 문구라도 위치와 타이밍이 다르면

예를 들어 고객센터 챗봇 화면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사용자가 사람 상담원과 대화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AI가 답변을 생성하고 있다면, 사용자는 중요한 판단을 잘못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이 서비스는 AI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약관 맨 아래에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챗봇 입력창 근처에 “AI가 답변을 생성합니다. 중요한 내용은 담당자에게 확인해 주세요”라고 표시하면 사용자는 답변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같은 문구라도 위치와 타이밍이 다르면 효과가 달라집니다.

좋은 고지는 사용자의 행동을 바꿉니다.

AI가 만든 결과를 무조건 믿지 않게 하고,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하게 하고, AI 결과의 한계를 이해하게 만듭니다. 이게 바로 AI 고지를 UX 문제로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나쁜 고지의 세 가지 특징

나쁜 고지는 보통 세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너무 숨어 있습니다.

둘째, 너무 어렵습니다.

셋째, 사용자가 AI 기능을 쓰는 시점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추상적인 문장이 남기는 문제

예를 들어 “본 서비스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수 있으며, 관련 결과의 정확성은 보장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는 문장은 법무 문구로는 무난해 보입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보기에는 너무 추상적입니다.

어떤 기능이 AI인지, 어떤 결과를 조심해야 하는지 바로 알기 어렵습니다.

좋은 고지는 더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AI가 답변을 생성합니다”, “AI가 문서 초안을 작성했습니다”, “이 추천 결과는 AI 분석을 바탕으로 생성되었습니다”, “AI 결과는 참고용이며 최종 판단은 담당자가 합니다”처럼 사용자가 바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AI 고지 문구는 ‘법적으로 안전한 문장’이기 전에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어야 합니다.

고지 위치를 나눠서 봐야 하는 이유

고지 위치도 중요합니다. AI 기능에 들어가기 전, 입력창 주변, 결과 상단, 다운로드 결과물, 도움말, 정책 페이지를 나눠서 봐야 합니다. 모든 고지를 한 곳에 몰아넣으면 읽히지 않습니다.

AI 기능 진입 전에는 “이 기능은 AI를 사용합니다” 정도의 짧은 안내가 필요합니다. 입력창 주변에는 “입력한 내용이 AI 답변 생성을 위해 처리됩니다”처럼 데이터 처리와 관련된 안내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결과 상단에는 “AI가 생성한 초안입니다. 검토 후 사용하세요”처럼 결과의 성격과 한계를 알려주는 문구가 필요합니다.

결과물이 서비스 밖으로 나갈 때

특히 생성형 AI 결과물이 다운로드되거나 외부에 공유되는 경우에는 결과물 자체 표시도 고민해야 합니다.

서비스 화면에서는 AI 생성 사실을 봤더라도, PDF나 이미지나 보고서 파일로 나가면 그 표시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이전에 정리한 “생성형 AI 결과물 표시 방법 쉽게 보기” 글과도 연결됩니다.

AI가 만든 텍스트, 이미지, 영상, 음성 결과물이 외부로 나가는 구조라면 화면 고지와 결과물 표시를 함께 봐야 합니다.

화면에서만 보이는 고지와 결과물에 남는 표시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B2B SaaS에서 더 복잡해지는 지점

B2B SaaS에서는 더 복잡합니다.

AI 기능을 제공하는 회사와 최종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보여주는 고객사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제품 안에 기본 고지 UI를 넣을 것인지, 고객사가 문구를 수정할 수 있게 할 것인지, API 문서나 관리자 화면에서 고지 가이드를 제공할 것인지 정해야 합니다.

고객사에게 “알아서 고지하세요”라고만 넘기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급사가 모든 상황을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B2B 제품에서는 기본 문구, 수정 가능한 문구, 표시 위치 가이드, 계약상 역할 분담이 함께 필요합니다.

법무팀 혼자 만들 수 없는 이유

AI 고지는 법무팀 혼자 만들 수도 없고, 디자인팀 혼자 결정할 수도 없습니다.

법무팀은 어떤 의무가 있는지, 어떤 리스크를 줄여야 하는지 봅니다. 기획자는 사용자가 AI 기능을 만나는 흐름을 정리합니다. 디자이너는 어디에 보여야 사용자가 놓치지 않는지 설계합니다. 개발자는 실제 화면, 로그, 문서, 다운로드 결과물에 반영합니다.

출시 전에 확인할 다섯 가지

출시 전에는 최소한 다섯 가지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사용자가 바로 볼 수 있는가. AI가 무엇을 하는지 말하는가.

전문용어를 줄였는가. 결과의 한계를 설명하는가. 사용자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가.

예를 들어 “AI 분석 결과입니다”라는 문구만 있으면 사용자는 그 결과를 그대로 믿어도 되는지, 참고만 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AI가 생성한 초안입니다. 제출 전 담당자가 검토해 주세요”라고 쓰면 사용자가 해야 할 다음 행동이 분명해집니다.

좋은 AI 고지는 책임 회피 문구가 아니라 사용자를 안전한 행동으로 안내하는 문구입니다.

고지 문구를 AI 자산 목록과 연결하기

Kompli 관점에서도 AI 고지는 단순한 텍스트 관리가 아닙니다. 어떤 AI 기능에 어떤 고지가 필요한지, 그 고지가 어느 화면에 들어가는지, 결과물에도 표시가 필요한지, 변경 이력이 남아 있는지까지 관리해야 합니다.

AI 기본법 대응을 준비하는 회사라면 고지 문구를 별도 문서에만 저장하지 말고, AI 자산 목록과 연결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AI 기능이 고영향 AI 가능성이 있는지, 생성형 AI인지, 결과물이 외부 공유되는지에 따라 필요한 고지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이전 글에서 AI 투명성 확보 의무와 고지 문구 위치를 다뤘다면, 이번 글의 핵심은 조금 더 실무적입니다.

AI 고지는 “어디에 써둘까”를 넘어서 “사용자가 실제로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까지 봐야 합니다.

정리하면, AI 고지는 법무 문구가 아니라 UX 문제입니다. 약관에 쓰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용자가 AI 기능을 만나는 순간에 보여야 하고, 쉬운 말이어야 하고, 결과의 한계와 다음 행동까지 알려줘야 합니다.

AI 고지를 잘하는 회사는 규제를 피하는 회사가 아니라, 사용자가 AI를 더 정확히 이해하게 만드는 회사입니다.

다른 글

우리 회사에 맞는 의무와 할 일, 지금 확인하세요

모든 결과에 근거 조항이 함께 표시됩니다.

무료로 시작하기